Session 02: Listening the City 〈겹쳐진 귀: 인헌동을 걷는 사운드 워크〉
〈겹쳐진 귀〉는 인헌동 일대를 걸으며 도시의 시간과 기억을 귀로 더듬어보는 두 번째 Sound Walk Session입니다.
이번 세션은 낙성대역에서 출발해 인헌시장, 까치고개 교차로, 까치산, 그리고 효간공 이정영 묘까지 이동하며 진행됩니다.
특히 이번 사운드 워크에는 박은현 큐레이터의 가이드 투어가 함께 포함되어, 각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적·도시적 맥락을 따라가며 소리를 듣고 기록합니다.
도시의 소리는 언제나 현재의 소리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시장에 남아 있는 생활의 리듬, 도로 위를 끊임없이 통과하는 차량의 흐름, 숲길 아래에 묻힌 옛 주거지의 흔적, 그리고 조선 후기의 묘역이 품고 있는 오래된 시간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층위는 하나의 장소 안에서 겹쳐지고, 우리는 그 겹침을 귀로 따라가 봅니다.
첫 번째 구간인 낙성대역에서 인헌시장까지는 “정착의 리듬”을 듣습니다.
인헌시장은 1980년대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 시장으로, 현재는 1인 가구 중심의 식문화와 먹거리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시작은 거창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교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는 시장의 소리 속에서 생활의 밀도와 정착의 흔적을 들어봅니다.
인헌시장에서 까치고개 교차로로 이어지는 두 번째 구간은 “흐름과 통과의 소리”를 따라갑니다.
까치고개 교차로는 남부순환로의 주요 흐름이 지나가는 지점이자, 과거 서초에서 관악으로 들어오는 중요한 통로였습니다. 차량의 소리, 신호의 리듬, 멈춤과 출발이 반복되는 도로의 감각 속에서 이 장소가 가진 이동과 통과의 성격을 들어봅니다.
까치고개에서 까치산으로 이어지는 세 번째 구간은 “지워진 소리 위를 걷기”입니다.
까치산은 원래 관악산의 일부였지만 도로로 인해 단절되었다가, 생태다리를 통해 다시 연결된 공간입니다. 지금은 숲길로 경험되는 이 장소에도 과거 판자촌이 형성되었던 도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숲의 소리를 들으며, 그 아래에 겹쳐진 지워진 생활의 소리를 상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까치산에서 효간공 이정영 묘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시간의 가장 깊은 층”을 만납니다.
낙성대 인근에 위치한 효간공 이정영 묘는 조선 후기 문신 이정영의 묘로, 17세기 묘제 양식을 보여주는 문화재입니다. 이곳은 근현대 도시의 형성과 이주, 개발의 시간보다 훨씬 오래된 층위를 품고 있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도시의 소음이 잠시 물러난 자리, 혹은 침묵에 가까운 시간의 감각을 들어봅니다.
〈겹쳐진 귀〉는 도시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간의 층위를 “겹쳐서 듣는” 실험입니다.
지금 들리는 것, 들리지 않지만 있었던 것,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것을 함께 기록하며, 인헌동이라는 장소를 새로운 청취의 방식으로 경험해봅니다.
시장의 소리, 길의 소리, 숲의 소리, 그리고 침묵.
이 모든 것은 서로 다른 시간이 하나의 장소 위에 겹쳐진 결과입니다.